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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승기 교수
[단독] "반년도 안돼 2000곳 증발"…전국 동네세탁소 실종사건(민승기 교수)
작성일 22-10-1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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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세탁소 [한주형 기자]
사진설명서울시내 세탁소 [한주형 기자]

아파트 단지마다 하나씩은 찾아볼 수 있었던 동네 세탁소가 '과거의 유산'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기후변화로 봄·가을이 줄어들면서 한국인들의 의복이 여름옷과 겨울옷 중심으로 단순해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첨단 IT 기술력을 동원한 의류 관리 기기의 발달과 원자재·재료비 상승에 따른 영업비용 증가, 프랜차이즈를 앞세운 세탁 중개업의 보급까지 맞물리면서 동네 세탁소들이 빠른 속도로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국의 세탁소는 총 2만404개소로 2021년 말 2만2472개소에 비해 2068개소 감소했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에만 2000개가 넘는 세탁소가 전국에서 사라진 것이다. 세탁소 숫자는 2017년 2만6958개소에서 매년 1000개씩 줄어들고 있었지만 최근 들어 감소폭이 더 가파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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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로 봄·가을 간절기가 줄어들면서 소비자들이 갈아입는 외투의 숫자도 덩달아 줄었고 그 결과 세탁소 이용 건수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박무근 한국세탁업중앙회 회장은 "과거 사계절이 뚜렷한 시기에 비해 확실히 일반 세탁소를 이용하는 건수가 줄어들었다"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직장 근무 행태 변화로 기업들마다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매출 감소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직장 자율 복장 보편화도 세탁소 영업에 타격을 줬다. 박 회장은 "프랜차이즈 세탁 중개업, 스타일러 같은 의류 관리 기기의 보급도 우리 같은 영세 사업자들에겐 큰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동네 세탁소 실종'은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쟁이 사라지면서 프랜차이즈 세탁 중개업체들이 일제히 요금 인상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탁 중개업체의 대표주자인 크린토피아는 1200원이던 셔츠 세탁비를 올해 1500원으로 25% 인상했다. 배달 세탁 서비스 업체인 세탁특공대는 지난 8월 세탁 서비스 이용 가격을 1000원 이상 올렸고, 런드리고도 일반 패딩의 세탁비를 1만원에서 1만6000원으로 인상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만난 세탁소 운영자 이 모씨(58) 역시 텅 빈 매장을 돌아보며 쓸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이씨는 "외투 드라이클리닝이 세탁소 매출의 대부분인데 요새는 여름이 길어져 옷을 안 맡긴다"며 "패딩을 가을에 꺼내 봄까지 입다 보니 의뢰도 씨가 말랐다"고 토로했다. 아내와 함께 세탁소를 운영하던 그는 세탁물 의뢰가 줄어들자 최근에는 혼자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이제는 여성용 외투 몇 벌이 아니면 일감도 없다"며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운영해야 할지 앞길이 막막하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현상이 점차 심해지며 세탁업 등 산업계 피해가 점차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승기 포항공과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봄철에도 폭염이 오고 10월에 여름 같은 날씨가 나타나는 등 이상기후 현상은 계속해서 확대될 것"이라며 "전조현상을 보이는 지금도 농업·에너지 등 피해가 심각하기에 앞으로 일상생활에서 체감하는 변화가 커질 예정"이라고 지적했다. 동네 세탁소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배경이다. 기후변화뿐 아니라 원자재 가격 상승도 '동네 세탁소 실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인상 추세 속에서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유기용제 가격과 옷걸이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세탁업중앙회 관계자는 "당장 2년 전과 비교해도 2만5000원 수준이던 옷걸이 한 박스 가격이 지금은 5만원까지 올라 영세업자들은 월세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세 세탁업체들이 기후변화로 타격을 입은 가장 큰 이유는 세탁소의 주요 매출이 상대적으로 고가인 외투 세탁 의뢰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는 프랜차이즈 세탁 중개업체 크린토피아도 와이셔츠 세탁 비용은 1500원에 불과하지만 기능성 패딩의 세탁 요금은 1만3000원부터 시작하고,

기능성 재킷은 최저가가 1만1000원이다.



박무근 한국세탁업중앙회 회장은 "세탁소는 봄에 일해서 여름에 먹고살고,가을에 일해서 겨울에 먹고사는데, 이제 가을 일은 거의 없다"며 "옷을 입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세탁을 맡기는 기간도 함께 늘어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9월 중순에도 전국 곳곳에 폭염주의보가 내리는 등 기후변화 현상이 최근 그 기세를 더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평균 연중 열대야 일수는 1973년 6.6일이었으나 2018년에는 17.7일로 증가하는 등 2021년까지 10년당 1.3일씩 늘어나고 있다. 9월 16일에는 경기 남부 등 일부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9월 중순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건 2011년 이후 11년 만이다. 제주 서귀포시는 9월 19일 기상청 관측 이래 역대 최고기온인 34.8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평년 기온 27.2도에 비해 무려 7.6도 높은 수치다.


출처: [단독] "반년도 안돼 2000곳 증발"…전국 동네세탁소 실종사건 - 매일경제 (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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