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수 교수
‘화산 폭발 탐지 척후병’ 무인기의 또 다른 변신
작성일 20-11-11 01:55
페이지 정보
본문
‘화산 폭발 탐지 척후병’ 무인기의 또 다른 변신
파푸아뉴기니의 ‘마남 화산’ 위에
이산화탄소 감지기·카메라 달린
무인기 띄워 분화 조짐 파악 성공

2009년 7월 인공위성이 찍은 남태평양 파푸아뉴기니의 마남 화산. 화산에서 새어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수증기로 인해 분화구가 가려져 있다. NASA 제공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미국 공군이 2000년대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한 프로젝트 중 하나는 ‘드론(Drone)’, 즉 무인기의 보급이다. 미군이 아프간전 때부터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무인기는 조종사가 타지 않아 인명 손실이 없는 데다 유인 군용기보다 낮은 비용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국 공군도 올해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를 도입했다.
무인기는 민간에서도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화물 운송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일부 도서에서 무인기로 택배를 받기 위한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진 않지만 사람을 태우는 무인기도 모색되고 있다. 지상이나 지하 중심의 기존 교통수단으로는 상상할 수 없었던 빠른 속도로 출퇴근이 가능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과학계가 무인기에 독특한 쓰임새 하나를 추가했다. 바로 화산의 분화 조짐을 탐지하는 ‘척후병’ 역할이다. 최근 영국 런던대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를 통해 남태평양의 섬나라 파푸아뉴기니의 ‘마남 화산’ 위에 무인기를 띄워 분화 조짐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마남 화산은 파푸아뉴기니 북동쪽의 작은 섬에 있다. 이 섬에는 9000명이 거주하는데, 2004년에 큰 분화가 일어나 주민 전원이 긴급 대피한 일이 있다.
과학자들은 일반적으로 화산 폭발 징후를 알아내는 데 몇 가지 방법을 쓴다. 그 가운데 하나는 화산의 외형을 관찰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화산에선 폭발 전에 진동이 나타나고, 마그마가 축적되면서 화산 일부가 부풀어 오른다.
또 하나는 화산에서 나오는 기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산화탄소다. 현재 지구 전체 화산이 내뿜는 이산화탄소는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비해선 미미하다.
하지만 특정 화산의 분화 징후를 알고 싶을 때 이산화탄소의 변화량을 측정하는 건 매우 유용한 일이다. 런던대 연구진은 이산화탄소를 잡아낼 수 있는 감지기를 무인기에 달아 화산 분화구 위를 비행하도록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연구진은 2018년 10월과 지난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마남 화산 근처에 기체 감지기와 카메라 등을 장착한 장거리 무인기 2대를 띄웠다. 당시 무인기는 고도 2000m를 비행하면서 봉지 4개에 화산 주변 기체를 가득 채워 돌아왔다. 분석을 마친 연구진은 두 관측 시점 사이에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실제 마남 화산은 두 번째 관측이 끝나고 한 달 뒤인 지난해 6월 폭발했다.
사실 화산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나 이산화황 같은 기체는 지구 궤도를 비행하는 인공위성으로도 잡아낼 수 있다. 하지만 무인기에는 인공위성이 갖지 못한 장점이 있다.
이윤수 포스텍 환경공학부 특임교수는 “위성은 지구 궤도를 일정한 주기로 돌기 때문에 분화 조짐이 있을 때 마침 화산 위를 지나지 않으면 기체 감지가 어려울 수 있다”며 “무인기는 필요할 때 띄울 수 있다는 장점을 연구진이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런던대 연구팀은 논문에서 “무인기를 통한 기체 관측은 마남 화산처럼 가파르고 위험한 화산에서 특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기어올라 기체를 담기 어려운 험한 지형의 화산에서 제 몫을 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무인기가 가장 파괴적인 자연재해 가운데 하나인 화산 폭발에 대처할 새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관련링크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