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입학이 어제 같지만 어느덧 4학년이 되었다. 친구들은 취직준비에 한창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난 졸업 후 무엇을 할지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대학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했을 뿐 구체적인 것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포항공대에 연수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참가하게 되었다.

포항은 먼 곳이었다. 아침 일찍 집에서 출발했는데 도착하니 점심때가 되었다. 포항공대는 매우 컸다. 이 안에 들어오면 나올 일이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오리엔테이션에서 이런저런 설명을 들은 뒤 연구실에 배정받았다. 시설은 정말 좋았다. 넓었고 장비도 많았다. 둘러볼 때마다 연구실의 규모에 놀랐다. 환경생물공정연구실의 주 연구테마는 혐기성소화다. 연구실사람들에게 받은 자료를 읽어보고 모르는 것은 찾아보고, 물어보고 하면서 혐기성소화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간이 잘 가지 않았다. 가족, 친구들, TV, 컴퓨터, 편의시설등과 떨어져 지내니 무언가 허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 졌고 대학원생의 생활이란 어떤 건지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밤 늦도록 꺼지지 않는 연구실은 나에게 많은 생각과 반성을 하게 해 주었다.

연구실 사람들은 좋았다. 처음에는 살짝 어색했는데 이것저것 많이 챙겨주셨고 식사나 운동을 같이하면서 어색함이 조금씩 사라졌다. 대학원생은 무언가 무겁고 다가가기 힘들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바뀌었다.

 포항에서의 4주. 물론 연구 참여의 경험과 그에 관련된 지식을 알게 된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대학원생활이 어떤 건지 알게 되었다는 것, 대학원 진학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대학생활 마지막 여름방학. 유익한 4주를 보냈다고 생각한다.